주제란?
글을 잘 쓰려면 먼저 어떻게 글의 주제를 정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주제는 글감이라고도 부르는데, 주제나 내용, 메시지, 테마 등이 함께 뒤섞인 말이다. (정희모, 2020, 60)” 주제라는 말은 글감을 의미하기도 하고, 주요 메시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문제의식과 핵심주장은 글의 주요 메시지이다. 주요 메시지는 주제문으로 표현된다. 글감을 정하는 일은 글쓴이의 주요 메시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요컨대 주제 찾기는 글쓴이의 메시지를 담아내는 글감을 정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주제는 글감(글의 내용과 대상)과 글의 메시지를 포함한다. 주제 찾기에서 글감과 메시지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실제로 주제를 선정할 때, 처음부터 어떤 화제에 대해 문제의식과 주요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 및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글의 내용과 대상을 좁혀가면서 주요 메시지와 글의 제목을 구상할 수 있다. 이때 주요 메시지는 한 문장의 주제문으로 표현한다. 주제 찾기 과정에서 구체적인 글감과 주요 메시지를 나타내는 주제문과 제목을 구상함으로써 비로소 우리는 글 전체의 흐름을 개요 짜기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주제 선정 시 유의해야 할 세 가지 사항
1) 필자와 독자 모두에게 관심 있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2) 글쓰기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 한 학기 교과목 리포트 주제가 한 학기보다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된다면 부적합한 주제이다.
3) 주제 관련한 자료를 확보하고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지를 따져본다. 이를테면 고문서나 원문 등 분석 대상 텍스트를 입수하기 어려운 주제나, 자료를 수집하기 어렵거나 자료 분석 방법(통계 방법 등)을 요구하는 주제를 선정한다거나, 외국어 능력이 부족하면서 외국어 원문 텍스트를 분석하는 주제는 피해야 할 것이다.
좋은 주제란?
문제의식이 살아있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주제
주제는 구체적이고 명확할수록 좋다. 좋은 주제란 포괄적인 주제보다는 나름의 문제의식을 구체화하여 담아낼 수 있는 주제이다. 예를 들어 ‘한국 경제발전의 특성과 과제’는 너무 광범위하고 큰 주제이다. 이 주제로는 기존 논의를 종합하여 정리하는 글 이상을 작성하기 어렵다. 아마도 이 주제로는 우리나라 경제사에 관한 문헌들을 편집하여 시대별로 발전적 특성을 정리하고, 결론 부분에 자기 의견 몇 줄 쓰는 정도의 글이 되기 쉽다. 이 경우 어떤 논점이나 메시지가 없는 백과사전식 정리 노트가 되기 쉽다. 창의적인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전개하려면 ‘문제의식이 살아있는 초점 좁히기’를 염두에 두면 좋다.
예를 들면 ‘한국경제 발전의 특성과 과제’라는 넓은 글감에서 출발해보자. 한국경제의 특성을 창의적으로 조명하기 위해, 1)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특성을 잘 반영해주는 여러 시기 가운데 각자의 문제의식과 관심을 고려하여 특정 시기로 좁힐 수 있다. 한 예로 중공업 위주의 정책을 시행했던 1970년대로 그 시기를 특정화할 수 있다. 2) 이 시기 경제발전의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지역)을 좁힌다. 포항제철이 있는 포항지역을 정하고 세부 분야를 좁힌다. 이때 주의할 점은 자신의 관심 및 문제의식을 잘 반영하는 범위에서 좁히고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 사례는 경제발전을 무역수지 흑자, 국민총생산 등의 지표와 같은 양적인 경제지표의 증가로서 경제성장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국민(혹은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글쓴이의 관점을 반영하는 쪽으로 주제를 좁힌 예이다. ‘1970년대 포항지역 경제발전의 양상과 지역민의 삶의 질’로 좁힐 수 있다.
논점이 있는 주제
좋은 주제가 되려면 다루는 내용을 통해 예상되는 메시지가 논쟁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 글감을 다루면서 전달되는 메시지는 주제문으로 표현된다. 메시지는 글쓴이의 관점과 생각이다. 주제를 찾는 과정에서는 메시지가 명확하거나 구체적이기 쉽지 않다. 메시지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한 문장으로 서술하는 것이 바로 주제문이다. 그 주제문이나 메시지가 모든 사람이 동의할만한 것이 아니라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일반적인 메시지이므로 부적절하다. 제아무리 공을 들여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나타내는 사례들을 열거하고,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은 학술적으로 가치를 찾기 힘든 뻔한 글이 되고 만다. 글에 논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논점이 있는 메시지와 주제 찾기 과정을 살펴보자.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자동차 5부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일단 적절한 메시지이다. 이 메시지에 담긴 글쓴이의 주요 논점은 환경보호를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5부제가 효과적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이다. 이때 글감은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한 사안들(환경문제)과 자동차 운영과의 관련성이 된다. 혹자는 이 주장과는 다른 주장, 즉 “자동차 5부제보다는 차 없는 날을 일주일에 한 번 실시해야 한다”고 반론을 펼칠 수가 있다. 이 주장은 자동차 5부제만으로는 실제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감소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다. 상당수의 가구가 2-3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어 5부제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변화한 사회문화적 여건에 맞추어 ‘차 없는 날’ 정책을 주장할 수 있다. 이때 논점은 변화한 사회문화적 여건이다. 이를 위해 글쓴이는 사회문화적 여건에 초점을 맞추어 글의 주제(글의 대상과 범위)를 정하게 된다. 사회문화적 여건을 위주로 주제를 더 구체화한다면, ‘한국의 가구별 자동차 보유 현황과 자동차 사용 패턴에 나타난 문화적 특성으로 직종별, 연령별 차량운영 양상’이 된다. 이 특성이 실제로 이산화탄소 배출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주제를 좁힐 수 있다.
이와 같이 주제(글의 내용과 대상 범위)가 관점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문을 도출할 수 있는 성격을 가진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좋은 주제를 찾는 하나의 방법이다.
좋은 주제를 찾는 방법
사실관계 여부를 논하는 글은 단순한 사실에 대한 정보 제공의 글이므로 흥미로운 논점을 찾아내기 어렵다. 이를테면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인 불평등 지수는 얼마인가’를 다루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글이 되고 만다. 경제불평등 지수의 추이를 살펴보면서 그것의 의미에 관해 글쓴이의 메시지를 전개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하면 좋다. 이를테면 “경제불평등 지수는 현대 사회의 불평등의 문제를 제대로 반영하는가? 그렇지 아니한가? 그렇지 않다면 대안적 지수는 무엇인가?” 혹은 “경제적 불평등이 문제인가? 양극화 심화가 문제인가?”와 같이 개념어의 사용과 그 의미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주제를 정할 수 있다. 이러한 질문은 글쓴이의 주요 메시지를 얼마든지 잘 담아낼 수 있는 주제이다.
정보 제공에 그치는 사실 확인은 자료조사를 통해 답변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사실에 대한 해석과 개념에 관한 문제는 그 대상의 용어가 갖는 정의, 범위, 한계 등을 따져보고 그 의미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 예에서 ‘경제적 불평등 지수가 현대 사회의 불평등을 제대로 반영해주는지, 일면만 보여주는 것인지’ 등을 글쓴이가 규명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여 나름의 메시지를 담는 주제를 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불평등 자체가 문제인지, 양극화 심화가 문제인지’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양자 사이의 차이를 보다 명료하게 다룰 수 있다.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의 개념이 무엇인지 논하면서 글쓴이의 주요 메시지를 피력할 수 있다.
특정 주제를 다루는 학과목의 리포트를 작성하고자 할 때 그 주제와 관련하여 가능한 연구문제들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수업에서 다룬 문헌들에서 중요하게 거론하고 있는 문제들이나 쟁점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쟁점과 관련하여 상호 대립하는 주장들이나 다양한 논의들을 정리하면서 수용할만한 주장과 비판할만한 주장들을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러 관점이나 주장들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다른 점은 무엇인지를 분류하고 검토한다면 새로운 문제의식을 획득할 수 있다. 즉 기존 논의의 공과를 비평적으로 따져보는 것이다.
1.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간과되어 온 요소나 측면들 혹은 문제들이 있는가?
2. 다뤄졌지만 불충분하게, 부분적으로 다룬 것은 아닌가?
3. 다른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는 건 아닌가?
4. 기존 논의가 다루지 않은 사례나 새로운 연구 대상이 있는가?
5. 다른 연구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가?
사례 1) 기존 논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자신의 문제의식 사례 :
필자가 이해하는 한, 기존의 대부분의 일제시기 근대화 문제에 관한 연구는 다양한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독립적인 두 가지 주장으로 정리될 수 있다. 즉 일제가 조선을 지배하지 않았다면 조선에서는 근대적 변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과, 일제의 조선 지배는 한국근대화를 압살하였기 때문에 결국 근대는 해방 이후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거기에는 일제의 조선지배에도 불구하고 조선인들이 주체적으로 대응해나가는 역사가 탈락되어 있다. 일제 시기의 역사가 한국 역사의 일부가 되기 위해서는 민족 해방운동 같은 적극적인 항일운동뿐만 아니라, 지배의 억압 속에서도 치열하게 삶을 영위해가면서 자기 발전을 도모해나간 조선인의 역사도 정당하게 평가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기존의 여러 연구에서는 바로 이런 인식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밑줄친 부분은 대립하는 두 주장에 나타난 공통적인 한계를 비판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문제의식을 제시하고 있다.
* 출처 [허수열, 「 개발과 수탈론 비판」, 『역사비평』, p. 166. ]
매체에 나타난 기사와 정보를 리포트의 주제의 실마리로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각종 사회 지표 혹은 통계 자료 등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면 자살률에 대한 통계 지표들이나 특정 사안을 다룬 기사를 수집하고, 그 자료들을 해석하면서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갖는 방법이다. 그 변화의 추이를 살펴보면서 특기할만한 점을 발견한다면 그 현상의 원인이나 배경 등에 대해 질문한다.
예를 들어 중상층이나 전문가들의 자살이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하는 기사들을 보았다면, 이에 대해 우리는 ‘자살의 원인’에 대하여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의 자살률이 높은 경향이 있어서, 절대적 빈곤이 자살의 원인으로 주로 거론되었다면, 이 새로운 현상은 상대적 빈곤감 역시 우리 사회에 주요한 자살의 원인으로 조명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와 같은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계층별 자살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 도달하게 되고, 핵심 연구 질문은 ‘계층별 자살의 원인은 무엇인가’로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통계지표와 사건기사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주요 쟁점들 역시 주제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기본소득제’와 다양한 ‘복지 정책’, ‘인공지능 시대에 로봇과 인간 간의 공존 문제’, ‘저출산 문제’, ‘코로나 위기 시대의 국민 건강 문제’, ‘교육문제’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현안들이 주요 문제이다. 무엇이 우리 사회에 타당한 해법인가, 어떤 주장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주장인가를 비롯하여 이 논란의 효과는 무엇인가, 이 논란에 작용하는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는 무엇이고 그 역할은 무엇인가, 여론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등의 다양한 문제를 던질 수 있다.
혹은 사회적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 양상, 문화 현상, 영화나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 등에 나타난 사회문제들이나 이슈들을 비평적 시각으로 접근함으로써 흥미로운 질문을 생성할 수 있다. 문제의식은 독서와 비판적 성찰을 통해 축적된 해석의 틀에서 비롯된다.
문제의식과 질문이 어느 정도 성립되었다면, 주제를 더 좁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글의 내용과 대상을 글쓴이의 메시지가 잘 담기도록 좁혀간다. 광범위한 수준의 주제라면 기존의 논의를 편집·정리하는 정도에 그치기 쉽다.
예를 들어 ‘투표행태’라는 넓은 주제를 잡았다면, 이 주제로 새로운 뭔가를 논의할 수 있을까? 기존의 주장을 요약· 정리하는 수준 이상의 글을 쓰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주제를 공간, 시간, 대상, 방법 등의 차원으로 좁혀보자. 한국인의 투표행태’라는 넓은 주제를 먼저 선정하고, 기존 연구에서 강조한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사라진 것인가, 아니면 여전히 주요 요인인가에 대한 질문을 품고 있다면, 대상을 특화하여 ‘세대별 지역주의 투표행태: 20대와 중장년층의 투표행태 비교’로 좀 더 좁힐 수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시간적으로 좁힐 수 있다. 지역주의 해결이 주요 이슈가 되었던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젊은 세대와 노년층의 지역주의 투표행태를 비교’하는 것으로 주제를 좁힐 수 있다. 이 주제에서 문제의식은 후보자의 소속정당이 그의 출신지역과 지역지지 기반이 다른 경우에 젊은 세대와 노년층 사이에 지역주의 투표 경향이 좀 다를 것이라는 메시지를 반영하는 것이다. 시기구분을 통해서라든가, 연구 대상을 특정화하면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반영하여 좁힐 수 있다. 문제의식은 자신의 글에서 무엇을 주장할 것인가와 직결되므로 주제를 좁히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주제 유형
문제 해결 주제 : 문제–해결책(메시지와 주제문 그리고 제목)
문제 상황이 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논하는 주제이다. 예를 들어 ‘미세 먼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문제)’, ‘청년의 불안정한 삶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등과 같은 주제들이 있다. 이 주제에 관한 글쓴이의 문제해결책으로서 주요 메시지는 각각 ‘미세 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차량 10부제를 실시해야 한다’와 ‘청년의 불안정한 삶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제를 실시해야 한다’를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글쓴이의 메시지는 주제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렵지만 자신의 주장의 방향성을 드러낸다. 이 메시지를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문장으로 서술하는 것이 주제문이다.
위에서 제시한 주요 메시지는 각각 다음과 같이 하나의 주제문으로 정리할 수 있다.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차량 10부제를 실시하여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다.’와 ‘한국의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한 상황에서 청년의 불안정한 삶을 해결하려면 적정한 월 생활비를 산출하여 제공하는 기본소득제를 실시해야 한다.’
글감과 메시지를 구체화함으로써 글의 제목을 구상할 수 있다. 즉 위에서 제시란 예의 제목은 각각 ‘차량 10부제의 미세먼지 절감 효과’, ‘청년층의 불안정한 삶과 기본소득제 도입방안’이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양육지원정책 방안’ 등과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주제를 창의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변화한 사회환경 맥락에서 나타난 기존 정책의 한계를 따져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주요 메시지로 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주제는 문제가 되는 상황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주로 사회적 현안이나 시사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주요 주제이다. 창의적 주장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책적 접근에 대한 한계를 비판적으로 논하고, 그 한계를 어떻게 보완하거나 극복할 것인가를 주요 논점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쟁점 주제
어떤 상반된 주장 가운데 어느 입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논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합당한가?’, ‘사형제 폐지가 적절한가?’, ‘안락사를 허용해야 하는가?’와 같은 물음은 상반된 입장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 이 쟁점 주제에서는 자신의 주장과 그 이유 및 근거를 제시하고, 상대방 입장의 어떤 부분이 타당하지 않은지를 논박하면서 반론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서술한다. 그러므로 두 관점의 주장과 논거(이유와 근거)를 검토하고 논증한다. 이 문제에서 가장 중시해야 하는 나름의 원칙이나 가치들을 제시하여 주장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상대방의 입장의 한계를 논박하면서 주장을 전개한다.
설명 주제
어떤 개념이나 사실, 현상에 관해 글쓴이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글이다. 사안에 대한 해석이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이 주로 설명 주제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현대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가 왜 존중받아야 하는가?’, ‘현대 사회에서 행복이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와 평등의 관계’ 등은 어떤 개념이나 가치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다. ‘코로나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한국인의 자살률 증가의 원인은 무엇인가?’ 등은 사회현상이나 문화적 특성을 설명하는 주제이다.
설명형 주제는 설명을 위한 개념을 깊게 다룸으로써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려주거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면을 통찰력 있게 밝혀준다.
창의적인 주제를 찾는 세 가지 방법
1. 지배적인 가치관의 이면 읽기
우리 시대에 지배적인 가치관이 무엇이고, 그 가치관의 이면은 무엇인지 성찰한다. 일반적으로 ‘00주의’, ‘00성’ 등으로 표현되는 다양한 가치관에 대해 지식 정보를 숙지하는 것이 유익하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적용할만한 지배적 가치가 무엇인지, 그 이면의 특성은 무엇인지를 논하는 접근도 창의적 메시지 도출에 좋은 전략이다.
예를 들면 한국 사회에 팽배한 공평성이라는 가치에 내재한 ‘능력주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그 이면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것도 창의적 주제를 도출하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능력주의와 대학 서열주의’, ‘능력주의와 기업의 인재 채용방식’, ‘능력주의와 공무원 충원’ 등 다양하게 흥미로운 글감들을 상상하고 구체적 맥락에서 작동하는 능력주의의 이면을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주제를 찾을 수 있다.
2. 문제를 재정의하고 분석하기
문제의 용어와 개념 살펴보기
주어진 과제나 문제를 재정의하고 분석한 후 참신한 관점의 글감이나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다. 문제를 재정의하는 방법은 문제에 담긴 용어와 개념에 관해 그 의미 등을 질문하고 그것들의 관계를 검토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대면 시기 발생하는 교육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있다. 이를 다룰 때, ‘교육 불평등’이란 개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 다양한 논자들의 개념을 찾아보고 정리하고 이를 비교검토 한다. 의미와 논의의 수준과 범위 등을 비교 검토하면서 그 의미 규정을 내린다면 중요한 문제의식을 도출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문제의 주요 용어 및 개념어의 관계를 살펴보면서 문제의식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다. 즉 ‘교육 불평등’과 ‘어떻게’와 ‘해결’의 의미와 그 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 비대면 시기의 교육이란 무엇이고 어떤 특성이 있는가?
– ‘교육 불평등’에서 무엇이 불평등하다는 것인가? 불평등은 무슨 의미인가?
– ‘교육 불평등’에서 ’교육‘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 ‘교육 불평등’의 개념에는 어떤 중요한 구성요소들 및 의미와 가치들이 함유되어 있는가? 그 의미들을 세분화할 수 있는가?
– ‘교육 불평등’의 의미를 세분화해보자. 무엇이, 왜, 어떻게, 누구에게 문제가 되는가?
– 기존의 논의들은 이와 관련하여 무엇을 주로 문제로 삼고 있는가? 쟁점은 무엇인가?
– 비대면 시기에 교육 불평등의 문제는 대면 시기의 교육 불평등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아니면 본질은 같은가?
– 교육 불평등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해결 가능한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가?
– 해결 방안을 개인적/사회적, 단기/장기, 소극적/적극적, 경제적/정신적 등 이분법적으로 나누면 어떤 것이 있는가?
– 비대면 시기에 발생하는 교육 불평등 해결방안과 코로나 이후에 교육 불평등 해결방안은 서로 이질적인가? 연속적인가?
– 다양한 교육 불평등 문제들 가운데 무엇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해결할 것인가?
문제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질문하기
이처럼 용어나 개념의 문제를 하나하나 따져보다 보면 문제가 담고 있는 성격이나 배경, 범위를 알아보는 데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그런 현상이 일어난 원인이나 이유, 결과, 비교 등을 따져볼 수 있다. 문제에 대해 늘 질문한다. 어휘에서 출발한 질문들은 이제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된다.
– 이 문제가 일어난 배경은 무엇인가? 다른 논자들은 무엇이라고 말하는가?
– 이 문제가 일어난 이유나 근거는 무엇인가? 다른 논자들은 무엇이라고 말하는가? 다양한 입장에 나타난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쟁점 요소는 무엇인가?
– 이 문제 속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는가? 중요함에도 경시되고 있는 부분( 혹은 사실)이 있는가?
–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왜 이해하기 어려운가?
–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 문제에 관한 정보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는가?
– 이 문제에 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 수 있는가?
– 문제를 몇몇 세부 문제들로 구분하여 볼 수 있는가?
3.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
대상이나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을 발견해낼 수 있다. 어떤 사안과 관련하여 다양한 입장에서 혹은 다른 관점의 시각에서 사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다. 가령 교육문제를 바라볼 때, 교사의 시각, 학생의 시각, 행정가의 시각, 학부모의 시각, 교육전문가의 시각에서 보는 것은 다를 수 있다.
다양한 사람의 관점 이외에도 문제 자체에 대해 다각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문제가 담고 있는 시각을 다른 방향에서 혹은 다층적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토의∙토론 교육’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민주적 시민성 역량 제고에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있다면 반대로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학생들은 토의∙토론식 수업으로 생생한 앎을 체득할 수 있겠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이 팽배한 사회에서 학부모와 학생 당사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토론식 수업을 위해서는 학생들은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여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이는 수업 진도의 지체와 사지선다형 시험에 조응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의∙토론식 수업이 효과적이려면 우선 무엇이 해결되어야 하는지 등을 보다 심층적으로 고민한다면 글의 주제를 보다 창의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
이처럼 문제 자체에 대해 구조적이고 맥락적인 차원,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차원과 같이 문제의 이면을 다각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기
– 찬반양론이 엇갈리는 문제의 경우에 상대편의 시각으로 보기
– 다른 사람(혹은 전문가) 시각으로 보기(다양한 행위자 차원의 관점)
대상이나 문제의 이면을 따져보기(역사적 관점, 장기적 관점, 인간을 넘어선 자연과 우주적 관점, 미시적 관점, 거시적 관점, 맥락적이고 구조적인 관점 등)
– 다양한 해석의 틀로 바라보기(이론적· 담론적 해석)
– 유사 사례와 비교하기
출처
박현희, 2015. 『사회과학리포트 작성법: 묻고 답하기』, 글쓰기교실 연구노트 21, 서울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https://ctl.snu.ac.kr/ko/writing/writingnote/view/3129?p=1]
유광수 외, 2013. 『비판적 읽기와 소통의 글쓰기』, 도서출판 박이정.
정희모, 2020. 『창의적 생각의 발견, 글쓰기』, 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