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적 글쓰기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글쓰기라고 한다. 학술적 글쓰기란 학부에서의 학문, 또는 대학원에서의 연구를 위한 글쓰기이다.
대학 글쓰기
우리 학교의 공식 글쓰기 교재는 『대학 글쓰기』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학술적 글쓰기를 ‘대학 글쓰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학술적 글쓰기가 학문공동체, 또는 연구공동체인 ‘대학’에서 사용되는 공동체의 규약에 따른 글쓰기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대학이라는 공동체에서는 글쓰기의 규칙을 지니고 있다. 이 규칙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전통의 일부이며, 이 규칙에 따라 구성원들이 쓰는 글의 언어나 형식이 정해진다. ‘글쓰기는 자유인데, 왜 내가 언어와 형식에 관한 규칙을 받아들여야 하나?’라는 질문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생으로서 대학 공동체의 일원으로 소속되며 그 구성원들이 학문과 연구를 통해 실천하고 있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글쓰기의 언어와 형식이 바로 대학 글쓰기이다.
객관적 글쓰기
학술적 글쓰기에서는 그 언어와 형식 면에서 객관성(客觀性), 즉 자신의 시각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아도 그러한지를 계속해서 검토하며 쓰는 것을 중시한다. 이러한 객관성의 획득을 위해서는 자신의 입장에서 벗어나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객관화 과정이 필요하다.
개념적 글쓰기
객관적인 글을 쓰기 위하여 우선 필요한 것은 서로 그 내용과 표현에 대하여 합의한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을 개념적 글쓰기라고 한다. 즉 일상어로 글을 쓰던 것에서 벗어나 개념어를 활용하여 글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은 리포트를 다 써서 기분이 좋다.’라는 문장이 일상적 언어로 쓰였다면, ‘리포트를 쓰는 행위’를 ‘과제’의 수행으로, ‘좋은 기분’을 ‘성취감’으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 리포트를 다 써서 좋은 기분은 나의 것이지만, ‘과제 수행에 따르는 성취감’은 다른 이들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 되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때 혼자만의 생각으로 자신이 사용할 개념어를 결정하는 것보다 다른 학자들이 어떤 개념어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개념어란 각 학문 분야에서 학문적 논의를 위해 통용되고 있는 학술적 통용어를 의미하므로, ‘과제’나 ‘성취감’이 학자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는지, 또 그렇다면 어떠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예컨대 교육학 분야 학자들의 글을 찾아, ‘과제’란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이며, ‘성취감’이란 ‘과제를 수행하고 나서 주어지는 심리적 보상’을 의미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 정의에 따라 내가 글에서 사용한 ‘과제’, ‘성취감’의 의미를 조정하거나, 또는 더 적절한 용어를 탐색할 수 있다. 내가 이 개념 정의에 따르기로 한 경우, 그 정의를 내린 학자가 누구인지를 인용을 통해 밝혀야 한다.
윤리적 글쓰기
학술적 글쓰기, 또는 대학 글쓰기에서는 다른 사람의 견해나 주장을 참고하였을 때 그 사실을 밝혀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학술적 글쓰기의 윤리라고 한다. 자신의 글이 객관성을 지니기 위해서, 즉 대학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이 그것을 이해할 수 있으며 그것에 관해 논평할 수 있는 대화 가능성을 지닌 글을 쓰기 위해서는 다른 구성원의 견해를 다양하게 참조하여 글을 쓰는 것이 좋다. 이때 출전을 표기하는 것이 바로 공동체 구성원에 대해 지켜야 할 윤리다. 이러한 글쓰기 윤리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지녔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또는 적절하게 인용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글쓰기 과정에서의 부정, 즉 표절을 저지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글쓰기 윤리를 늘 배우고, 글 쓰는 과정에서 늘 의식적으로 이를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배움으로서의 글쓰기
이처럼 대학 글쓰기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행위와도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대학 글쓰기는 글을 읽으면서 얻게 된 지식을 스스로 구성해내는 행위다. 대학에서의 배움은 단편적인 지식을 익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구조화하고 나아가 하나의 관점이나 사유 체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많은 지식과 정보를 수집하여 나열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알게 된 것, 그리고 그 글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한 것, 새롭게 찾아낸 것을 모두 합쳐 스스로 지식을 ‘구성’해내는 일이 바로 대학에서의 글쓰기이다. 바꾸어 말하면 대학 글쓰기는 앎이 아니라 앎의 과정을 드러낸다.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구하는 과정으로서의 글쓰기가 바로 대학 글쓰기이다.
논증적 글쓰기
논문이 자신이 아는 것에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구하는 과정으로서의 글쓰기라면, 그 과정은 논리적인 설득력을 지녀야 한다. 화제를 정하고 그것에 대한 단편적 지식과 정보를 나열하는 글이 아니라, 주제를 정하고 그것에 대해 자기 나름의 답을 밝히는 글이기 때문에, 자신의 답이 의미 있음을 주장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논증적 글쓰기의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하고, 그 문제가 제기된 상황 또는 맥락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고, 그것을 지지하기 위한 근거를 밝히고, 그것을 다시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바로 논증적 글쓰기이다. 주관적으로 해석하거나 성급하게 단정하지 않고 심정적 오류를 피하는 등 논증의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 맥락(배경), 전제, 문제, 주장, 근거 등 논증의 기본 요소들을 소홀히 하지 않는 글쓰기를 연습해야 한다.
이것만은 꼭!
대학 글쓰기의 요건
-가치 있는 문제 제기(독창성)
-논리적인 문제 해결 과정(논리성)
-주관적 경험의 객관화(객관성)
-개념 사용과 간결한 표현(정확성)
-공동체 존중과 정확한 인용(윤리성)
참고문헌
웨인 부스·그레고리 컬럼·조셉 윌리엄스·조셉 비접·윌리엄 피츠제럴드, 『학술 논문 작성법』, 제4판, 휴먼싸이언스, 2017.
서울대학교 대학글쓰기1 교재편찬위원회,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9.